'갈비구이 명인'의 선한 영향력… 살맛나는 수원 만든다

"최고품질의 고기와 식재료를 경기도민에 제공하는 게 제 신념입니다. 가보정은 변하지 않습니다."

김외순 가보정 대표가 밝힌 경영 철학이다. 지난 1992년 수원 인계동에서 가보정을 론칭한 김외순 대표는 2년 전 ‘가리구이(갈비구이)’ 명인으로 인정받은 만큼,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 하나하나 정성을 쏟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기부활동은 물론 1인가구 청년을 위한 재능기부 등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31년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김외순 대표의 말을 들어본다.

-수원에서 갈비구이를 팔게 된 배경과 경영 철학이 있다면.

"의성군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후 1978년 정도에 수원으로 올라오게 됐다. 결혼 후 남편의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떡볶이와 튀김 등을 팔며 노점장사를 해왔다. 10년을 넘게 고민했는데, 저희 어머니께 전수받은 갈비를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컸다. 그러다가 1992년 현 위치에 50평 남짓을 임대받아 갈비를 팔게 됐다. 음식과 맛에 정직해야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항상 최고의 고기는 물론 좋은 식재료를 아끼지 않았다. 고기와 같이 나가는 반찬도 단순히 숫자를 맞추는 개념이 아닌 맛있는 반찬을 상에 내놓으려고 노력했다."

-갈비구이에 첫 명인이 됐다. 명인이 된 의의와 활동은.

"명장은 단순히 기술 노하우만 갖추면 되지만, 명인은 전통성을 갖추고 정통성을 인정받는다. 한 사업체를 25년 경영해야 하는 데다 3대 이상 비법을 전수받아야 한다. 2년 동안 준비를 했는데, 심사과정도 까다롭고 식장을 평가하는 기준도 높았다. 명인이 주는 상징성이 매우 큰 데다 타지 출신에 후발주자였던 만큼 선정됐을 때 매우 기뻤고 행복했다. 서울 명인관에서 요리와 경영에 대한 교육을 하고, 시식·시연도 하고 있다. 또 명인들끼리 행사도 참여하고 있다."

-가보정만의 갈비구이 비법이 있다면.

"저희 할머니께서 어머니에 가르친 비법은 천초를 사용하는 것이다. 천초 가루를 통해 고기의 잡내를 제거, 조리하는 것인데 이는 저희 어머니가 갈비구이를 해주실 때 하시곤 했던 요리법이다. 옛날에는 채소를 인분으로 키워 채독 때문에 야채를 생으로 섭취하지 못했다. 그러나 천초를 넣으면 채독이 중화되는 것이다. 동의보감 약재로도 소개되는 천초는 소화촉진을 돕긴 하지만, 향이 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래서 고객들이 천초의 향을 느끼지 못하도록 비율을 잘 맞춰 소량만 넣는다. 이게 가보정의 비법이라 할 수 있다."

-가보정은 직원들에 최고대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코로나19 경영난이 있었을 텐데.

"코로나19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가보정의 경우 4인석부터 50인석까지 60여 개의 룸을 갖춘 덕에 코로나19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음에도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당시에는 많은 손님들이 룸을 원하신 덕에 큰 손해를 막을 수 있었다. 또 적자경영까진 아니어서 단 한 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코로나19 때 근무를 온전히 다 못해 가져갈 급여가 줄어 10% 인상 결정을 하기도 했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식장도 정상 운영된다. 우리 가보정은 1·2·3관과 용인 수지점 직원 200여 명에 복지와 급여에서 외식업계 최고 대우를 한다. 한 사례로 31년 된 직원의 아들이 공부를 굉장히 잘해 고려대학교에 입학했는데, 500만 원 상당의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 지금도 명문대학에 진학한 자녀를 둔 직원에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렇게 직원들의 나눔의 경영을 해야 직원들이 가보정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보정에서 근무했다는 경험이 엘리트로 칭송받고 있는 상황인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최근 수원시여성자문위원회장과 경기도언론인장학회 신임이사 선임 등 수원에서 활동이 눈에 띈다. 활동하게 된 계기와 주안점은.

"전에는 가보정 사업과 경영에 몰두하느라 이런 좋은 활동할 여력이 없었다. 이제는 제 아들이 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인 터라 저는 경영에선 한 발자국 물러서서 도움을 받아왔던 부분들을 더 크게 베풀고자 했다. 사회에 봉사하고 환원하는 마음으로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됐는데, 이걸 보고 주변 분들이 좋은 역할을 제안해주신 것 같다. 수원시여성자문위원회서 지난 2월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에 구호지원금 500만 원을 기부하게 됐다. 또 지난 13일부터 수원시 1인 가구 청년을 위한 ‘새빛 solo 자문’ 강좌를 운영하게 됐는데, 다음달 11일 1인 가구 청년을 위해 소불고기와 장아찌 만드는 강좌를 하게 됐다. 소불고기는 한우를 사다가 맛있는 양념장에 잘 재우면 되니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원시장학재단과 고향인 의성에서의 기부활동도 있던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학업에 열의를 쏟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2006년부터 학생들에게 기부해왔는데, 앞으로도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더라도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응원할 생각이다. 의성안계면에서 태어났는데, ‘명예면장’으로 4년가량을 활동했다. 지역 어르신들 경로잔치도 하고, 코로나19가 극심했을 땐 마스크도 많이 제공했다. 지난 1월 고향사랑기부제 실시로 4월에 500만 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이제는 명예면장은 아니지만, 다른 활동도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데, 저출산에도 관심이 있다고.

"지금 우리나라가 겪는 사회적 문제 중에 저출산이 가장 심각하다. 저출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수원시여성자문위원회는 기금을 형성코자 한다. 우리 자문위원들 중 뜻이 맞는 위원들이 모금하는 것인데, 저는 1천만 원을 냈다. 위원들도 모두들 동조하면서 자발적으로 지원하려고 한다. 기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모금되면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수원시 여성정책과와 논의할 생각이다. 이같은 기금 형성은 일회성으로 하는 게 아닌, 지속적으로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인생을 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이 있었다. 가보정을 운영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도 있었다. 그렇지만 가게를 찾는 손님을 단 한번도 경시하지 않았다. 저에겐 매우 소중한 분들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변하지 않는 맛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손님들에게 대우할 생각이다."

신다빈기자
사진=김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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